2012. 4. 3.

대학, 지리산, 4.3.. (1)

나는 사학과 99학번이다.

내가 입학하던 해는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고 대학이라해도 정말 극소수의 몇몇 동아리, 모임이 아닌 이상 그다지 사상투쟁이랄지 이념학습이랄지 이런 활동이 그닥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4, 5월에는 전경차 한 대가 학교근처에 항상 주차하고 있었다. 이듬해에는 없었지만..)

그런 이념 학습 활동에 대해서 들은 풍월은 많았기에 동경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다.

교사 없이 선후배간 함께 공부하고 논쟁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왔더니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 있었고 학습을 배제하더라도 선후배간의 끈 같은 것은 단절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에 와서 그때를 생각해보면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이런 단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때가 그때지 싶다. 아무튼 뭐라도 하고 싶어서 동아리를 찾아봤는데 당시 복학했던 학과 선배에 이끌려 얼래벌래 따라간 동아리는 문을 여는 순간 '아... 여기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인상이 안좋았다거나 이런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이유도 들기 힘든데 분위기가 그랬다. 교무실 들어간 느낌이었다는게 가장 가까운 표현일 것 같다.

그 후로 나름대로 학과생활이랄까... 과 학생회나 이런저런 과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을 붙였다. 당연히 선배들하고도 교류가 있었는데 어디나 그렇지만 어느 모임이든 사람은 크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좋은 선배야 친하게 지내면 되는거고 나쁜 놈은 상종을 안하면 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내 폐쇄적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상한 놈인데 내 경우, 이 범주에 들어가는 선배는 소위 '운동권'이었다. 난 아직도 NL이나 PD를 구분 못하는데 내 판단으로는 어느 쪽이든 공통적으로 외치는 구호가 반독재, 사회혁명 혹은 개혁, 평등, 노동해방... 뭐 이런거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체감하기로 이들은 정확히 표리부동했다. (한ㄴ... 새누리당 놈들은 이런면에선 인정한다. 말과 행동이 정확히 일치한다. 꾸준히 쓰레기다..) 이들을 겪고나서 내가 이들을 규정한 한단어는 '파시스트'였다.  

닥치고 내 말 들어, 선배가 까라면 깔 것이지, 왜 반대해?, 어서 말대답이야?

요따위다. 

저 문구 어디에 평등이 있고 사상의 자유가 있으며 토론이 있는가...

나는 딱히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사상에 동의한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교육과정을 마친 나로서는 미지의 분야였고 대학이란 곳은 사회주의 뿐만이 아니라 그런 미지의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는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1학년 1학기가 지나가기 전 이미 그런 동경은 산산히 깨졌다. 그리고 지금 회자되는 20대 개새끼를 주장하는 그시절의 운동권 선배 같은, 상대적으로 젊은 꼰대들의 표현 그대로의 별 생각없은 20대로 살았다. 그리고 약간의 성찰의 계기는 이듬해 바로 찾아왔다.

지리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