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26.

음악듣기.



1) 
내 데스크탑에는 '사운드카드'가 장착되어있다. 외장형이고 USB케이블로 연결된다. 아주아주 오래전 컴퓨터에는 음악을 재생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장치였는데 어느순간부터 마더보드에 사운드 칩셋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그것도 이제는 '당연한거 아냐?' 싶을 정도로 꽤나 오래 전에 생긴 변화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마더보드의 사운드 칩셋을 사용해도 무리 없다. 충분히 좋은 소리를 내준다. 나는 뭐가 그리 잘났는지 볼륨 '0'에도 은은하게 '쏴~~~'하며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가 너무 짜증나서 별도의 사운드 카드를 쓴다. 그리고 더불어 소리도 보다 단정하고 명확한 느낌이 들어서 참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살때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맥북에어를 사고 나서 알아보니 이 사운드카드 맥OX도 지원하며 실제 맥북과 연결해도 충돌이나 오류 따위 없이 아주 만족스럽게 돌아간다. 더 더욱 마음에 든다.

2)
사실 맥북에는 특별한 용도가 아닌 한, 단순한 음악감상을 위해서라면 별도의 외장 사운드카드는 필요 없다. 본체에 이어폰을 바로 연결해도 화이트노이즈도 없고 전 주파수 대역을 고르게 뽑아준다. 애플의 모든 기기가 마찬가지다. 변수는 원본소스 파일과 이어폰이다. 음원 파일이 엉망이면 당연히 엉망으로 뽑아주며 CD를 직접 돌려도 지직거리는 이어폰으로 들으면 괴롭다..
비틀즈 앨범의 아이튠즈 스토어 출시를, 직접 나와서 그것만 가지고 키노트를 진행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스티브잡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게임도 좀 하지 그러셨어요 ㅡ,.ㅡ 그리고 국내도 좀 서비스해줘요~

3)
하여튼 최근에는 음악만 집중하며 들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새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참 오랜만에 이어폰을 꺼내 맥북에 물려 음악을 들었다. 그런데 MDR-E888이라는, 메탈도 여리여리하게 들려주던, 여성 보컬을 더 따뜻하게 들려주던 이어폰이 망가졌다. 자연사이리라… 좀 더 즐겨줄 것을 왠지 아쉽다. 또 살까? 그건 또 오바인 것 같다… 이래놓고 살지도 모르지;;; 아직 생산하나? 89년에 첫생산한 모델로 기억하는데;;

4)
확실히 각잡고 앉아서 음악 '만'들은 적이 꽤 오래전 얘기다. 어찌나 각잡고 들었는지 사전 정보없이 친구가 권해준 노래 듣고 나서 '얘들 워시본 기타 쓰냐?'라고 물어 그들을 경악하게 한 적도 있었는데… 심지어 정답이었……. 쩝..
머 여유가 없어진 것이겠지… 찬찬히 따져보면 딱히 바쁜 것도 없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여유도 없이 사는지 모르겠다.

5)
링크한 영상은 1973년부터 3년간 딥 퍼플 3기의 보컬리스트였고, 현 화이트스네이크의 보컬리스트인 데이빗 커버데일의 97년 일본 언플러그드 라이브의 실황... 전설의 시대를 이끈 당대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세월의 흔적이 깊게 남은 목소리가 일품인 라이브다... 원래는 soldier of fortune 라이브만 링크하려했는데 저작권 문제가 있는지 다 짤려있다... 하여 공연 40여분 풀버전을…


2012. 12. 12.

니가 그 시대를 살아봤어? - 역사란..


니가 그 시대를 살아봤어? 아님 닥쳐!

라는 말을 들으면 역사학 전공자로서 쫌 슬프다.

역사학은 과거를 연구한다. 특정 사건을 연구할 때,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료 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가 언급되지 않더라도 전후 맥락을 알 수있는 사료들도 함께 취합하고 공식적인 문서가 부족하면 인터뷰나 현지 답사도 진행하고 발굴에 의존하기도 한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의 증언과 기록은 매우 중요한 사료지만 그만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그 시대에 관해 상세하게 알고 있지만 그만큼 시야가 좁다. 그시대가 어떻게 그렇게 되었으며 동시대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의 내용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는 그런 것들까지 함께 염두하여 서술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서술이 가능하다.
개인의 기억이라는게 소름끼치도록 디테일하기도 하지만 사상과 일생을 거쳐 편견이 개입될 수도 있고 사건 순서가 뒤죽박죽일 공산이 매우 크며 사소한 일담이 영웅의 일화로 둔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남 스키부대 같은 존재는 꺼리도 안되는 농담 소재지만 역사를 보다보면 이런거 때문에 환장하는 경우가 적잖다..)

역사학이 시간차를 두고 과거를 연구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편견이 개입될 소지를 줄이고, 보다 많은 사료를 모아 그 시대가, 그 사건이 어떻게 벌어지고 진행됐는지를 먼저 객관적으로 서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역사를 두고 어떻게 해석을 할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앞으로 뭘해야하는지는 이후의 문제가 된다.

물론 사료를 취합하고 경위를 설명하는데 역사학자의 편견도 개입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역사학자가 필요하고 더 풍부한 사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역사학이 발전하고 역사가 풍부해진다.

후세의 역사가가 평가할 것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

좋은 말이다. 그러면 온전히 그들이 평가하게 놔둬라. 그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증거를 남기라. 그리고 처음부터, 역사에 부끄러울 것 같은 일을 하지마라. 그러면 알아서 좋게 평가해준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미래의 것이다.